[카테고리:] Uncategorized

  • 사제지몽(師弟之夢)

    사제지몽(師弟之夢) 교수로 있다가 정년을 맞은 지인. 토론 수업을 선호하던 그는 미숙하지만 순수한 학생들과의 이야기 속에서 기발한 아이디어를 얻는 경우들이 적지 않았다. 토론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어떤 가설의 단초가 떠오른 적도 있었다. 그것들이 그가 펴낸 다수 논저들 중 일부의 씨앗이 되었음은 물론이다. 말 그대로 학생들이 ‘선생의 선생 노릇’을 한 경우 아닌가. IT의 개념조차 없었던 시절에 배움을 마치고…

  • 어서 Osiyo

    10년 전, 미국 오클라호마 털사(Tulsa)시에서 열린 ‘풀브라이트 방문학자 발전 세미나’. 호스트 패밀리와 저녁식사를 함께 하고 그의 집을 방문하는 프로그램이 들어 있었는데, 내 호스트는 첫날 나를 픽업해준 클라크 씨였다. 한국에서의 멋진 추억들을 잊을 수 없어 참가 학자들 중 유일한 한국인인 나를 게스트로 ‘찜했다’는 것. 그의 집 거실 벽에는 세계의 각종 탈들이 걸려 있었고, 우리의 각시탈도 끼어…

  • 죽어 떠나는 방식

    ​ 어릴 적 고향마을에는 상사(喪事)가 잦았다. 평균수명이 짧았던 시절, 의료마저 끔찍이도 부실한 결과였다. 그 시절 언젠가 동네 어른 한 분이 돌아가시려 한다는 소식에 마을 사람들은 그 집으로 몰려갔다. 상갓집만 생기면 또르르 구경 가곤 하던 나도 함께였다. 마을의 장로(長老)가 죽어가는 사람의 콧구멍 앞에 솜을 놓고 움직임을 살폈다. 솜의 움직임이 감지되지 않자 숨이 멎었다는 판정을 내렸다. 사잣밥(使者밥)이…

  • 영웅을 기다리며

    영웅을 기다리며 지난 4일 별세한 임영웅 선생. ‘고도를 기다리며’로 우리 연극사의 한 획을 그은 ‘문화 영웅’이다. 반세기가 넘는 세월, 연극 팬들은 이 작품을 통해 부조리극의 당혹스러운 난해함이 다양한 해석의 단초일 수도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연극을 보는 자 누구든 자신의 시대에 맞춰 작품의 의미를 해석할 자유가 있다는 것. 그것이 원작자 사뮈엘 베케트조차 똑 부러지게 밝히 지…

  • 고서를 찾아서

    #고서를_찾아서 귀한 자료를 구해 자신의 이름으로 학계에 기여하는 것이 고전문학 전공자들의 로망이다. 녹록치 않은 현실 때문이었을까. 남들이 먹고 버린 #조박(糟粕)이나 열심히 핥으며, ‘가난한 #문헌학도의 팔자가 이러려니’ 체념하고 지낸 세월이 길다. 선학들이 닦아놓은 길을 충실히 따라 걷는 것만으로 위안을 삼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고(문)서들을 부지런히 찾아내고 새로운 담론을 만들어내는 몇몇 선학들을 유심히 관찰해왔음은 물론이다. 무엇보다 그 힘이…

  • 재외동포와 정서적인 교감을

    재외동포와 정서적인 교감을 ​ 1998년 봄, LG연암재단 해외연구교수로 UCLA에 체류하던 중 하와이 출신 3세 한인 여성 학자 스테파니 한을 만났다. 그에게 A4 크기의 낡은 종이에 타이핑된 62쪽 분량의 영문 연극대본 ‘로터스 버드(Lotus Bud)’를 받고, 며칠 동안 흥분으로 밤잠을 설쳤다. 하와이에서 1950년대부터 한인 공동체들을 아우르기 위해 공연된 ‘로터스 버드’는 해체한 홍길동 서사에 심청, 로미오와 줄리엣, 로빈훗…

  • ‘K’가 가져온 변화

    정확히 20년 전, 우리 부부는 유럽 역사・문화 답사의 대장정에 올라 만 5개월 동안 자동차를 몰고 20개국 120여 도시들을 돌았다. 서구를 지배하던 ‘중세적 보편성’의 자취와 단일 질서의 역사적 흔적들에 대한 호기심이 우리를 추동한 것. 문헌학도인 나는 늘 서재를 벗어나 현장을 경험하고픈 욕망에 시달린다. 대부분 자잘한 결실들뿐이나, 예상외의 낙수(落穗)들이 적지 않았음은 유럽 여행도 마찬가지였다. ​ 독일 서부…

  • 오동나무와의 약속

    https://www.chosun.com/opinion/every_single_word/2024/04/12/YGT6RUK2DRET3PM2BEMT5YP7XI/ [[일사일언] 오동나무와의 약속 일사일언 오동나무와의 약속 www.chosun.com](https://www.chosun.com/opinion/every_single_word/2024/04/12/YGT6RUK2DRET3PM2BEMT5YP7XI/) 오동나무와의 약속 전원에 집을 짓고 나자, 어디선가 오동나무 씨앗이 날아와 싹이 텄다. 작고 여리던 싹이 어느덧 주변의 초목들을 까마득히 내려다볼 만큼 커졌고, 동네의 명물이 되었다. 그를 유심히 관찰하며, 그의 곁에 갈 때마다 어루만지거나 말을 걸어본다. ‘네가 늙어 혼자 서 있기 어려워질 때쯤 네 몸을 잘라 시집가는 손녀의…

  • 눈칫밥도 좋다니

    https://www.chosun.com/opinion/every_single_word/2024/03/29/O2M576C2FBEJ5HEDI5A5NQ3GCA/ [[일사일언] 눈칫밥도 좋다니 일사일언 눈칫밥도 좋다니 www.chosun.com](https://www.chosun.com/opinion/every_single_word/2024/03/29/O2M576C2FBEJ5HEDI5A5NQ3GCA/) 눈칫밥도 좋다니 간신히 대도시 고등학교에 진학한 어린 시절. 숙식이 난제였다. 담임 선생님의 주선으로 중학생 형제의 입주 가정교사가 되었다. 밤 11시까지 책상 앞에 붙들고 앉아 복·예습시키기, 각종 시험 대비해주기 등이 내 임무였다. 녀석들은 왜 책상 앞에만 앉으면 졸고, 월말고사는 어찌 그리도 자주 돌아오는지. 성적표 받아오는 날부터 그 부진한…

  • 제5회 백규 조규익 국어국문학장학금 전달식

    벌써 5회째로군요. 김희선(박사과정 3학기)과 신한별(학부 3학년)에게 장학패를 수여했습니다. 노력하는 두 사람의 앞날에 행운과 보람이 연속되길 기원합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