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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장면으로 근원 찾기
어린 시절, 아버지 따라 면사무소 옆 장터에 갔다가 처음 맛본 짜장면. 그 부드러운 감칠맛의 기억이 강했으나, 다시 맛볼 기회는 쉽게 오지 않았다. 몇 해 뒤 ‘중졸 검정고시’ 합격증을 받고 자축하기 위해 친구들을 시장 골목의 중국집으로 불렀다. 짜장면 맛이 추억으로 남게 된 건 바로 그 때. 서울 살이 37년 동안에도 짜장면은 간혹 먹었으나, 그 첫 기억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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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못할 보릿고개
어릴 적, 오뉴월이면 마을 20호 중 한두 집은 절량(絶糧)의 위기를 맞곤 했다. 보리 수확 전 항아리가 비기 시작한 것. ‘보리야, 보리야, 어서 익어라!’ 이삭 쓰다듬으며 기원하지만, 끼니때마다 작은 바가지로 항아리 바닥 긁는 소리만 높아갔다. 배고파 우는 아이들 보며 지아비는 동네에 곡식 꾸러 다니고, 지어미는 들판으로 나물 찾아 허둥댔다. 아이들 얼굴에 허연 버짐 피고, 깡마른 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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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치를 알라, 국격이 따르리
유럽 여행 중 식당에선 어깨에 멘 카메라나 가방을 늘 앞쪽으로 모은 채 음식을 먹었다. 곁에 빈 의자가 있어도 내려놓지 않았다. 누군가 벗겨가거나 집어가니 조심하라는 충고에 따른 일. 그리이스 파트라스 항으로부터 이탈리아 바리 항에 도착하여 입국심사를 받던 중 만난 경찰관은 소매치기 조심하고 자동차 문 잘 잠글 것을 강조했다. 경찰관이 외국인에게 자국민을 조심하라고 당부하다니! 그 나라 국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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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말은 정치언어가 아니다!
개・고양이・숲새 등 ‘전원의 친구들’과 제법 소통한다고 자신하는데, 착각일까. 인간의 말을 건네지만, 늘 동물의 눈빛과 표정으로 응답하는 그들. 언젠가 ‘이들이 인간의 말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다가 곧 냉정을 되찾았다. 이들마저 인간의 말을 사용하게 된다면, 이미 말들의 홍수에 갇힌 나는 온전한 정신으로 살아갈 수 없으리라 판단한 것. 소통의 행복보다 그로 인한 분노가 더 커진다면, 굳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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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악장의 비교연구>>와 <<해외 한인문학의 한 독법>>이 2023년・2024년 연속 대한민국 학술원 우수학술도서에 선정!
<<한・중・일 악장의 비교연구>>(역락/2022)가 2023년도 대한민국 학술원 우수학술도서에 선정되었고, <<해외 한인문학의 한 독법>>(학고방/2023)이 2024년도 대한민국 학술원 우수학술도서에 선정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어려움에 허덕이는 두 출판사들에게 작지만만 도움이 된 듯하여 마음이 약간 가벼워짐을 느낍니다. 고전문학 연구가 제 본업입니다만. 그간 해외 한인문학에도 상당한 공력을 기울여 왔는데, 그간 별 주목을 받지 않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이번에야 처음으로 인정을 받은 것 같아 약간이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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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한인문학의 한 독법>>, 대한민국 학술원 우수학술도서에 선정!
<<한・중・일 악장의 비교연구>>(역락/2022)가 2023년도 대한민국 학술원 우수학술도서에 선정되었고, <<해외 한인문학의 한 독법>>(학고방/2023)이 2024년도 대한민국 학술원 우수학술도서에 선정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어려움에 허덕이는 두 출판사들에게 큰 힘이 된 듯하여 마음이 약간 가벼워짐을 느낍니다. 고전문학 연구가 제 본업입니다만. 그간 해외 한인문학에도 상당한 공력을 기울여 왔는데, 그간 별 주목을 받지 않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이번에야 처음으로 인정을 받은 것 같아 약간이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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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니까 고쳐 쓴다
범죄 전력자들의 반복되는 범행이 잦은 요즈음. 사회적 질타들이 쏟아진다. 가장 강도(强度) 높은 비판이 ‘사람 고쳐 못 쓴다’는 말. 누가 들어도 가슴 서늘해지는 ‘돌직구’다. 개인의 범행과 인간의 본성을 직결시키는 말이라서 그렇다. 범죄자를 포함, 인간 모두에게 그 말은 ‘천형(天刑)의 선고’나 다름없다. 과연 개인의 범행을 ‘악한 인간 심성’의 판단을 위한 결정적 준거로 삼을 수 있는가. 중죄를 거듭 범하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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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챙이 시절 활용법
https://www.chosun.com/culture-life/culture_general/2024/06/28/FLNJEFVT25GMZCTTFVCTCCFJUA/ [[일사일언] 올챙이 시절 활용법 일사일언 올챙이 시절 활용법 www.chosun.com](https://www.chosun.com/culture-life/culture_general/2024/06/28/FLNJEFVT25GMZCTTFVCTCCFJUA/) 조선일보 20240628A18- 일사일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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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알면 남도 안다
박사과정 시절, 어느 학술모임에서의 일. 모 대학 중견 교수 한 분이 새로 발굴한 한적 필사자료의 분석결과를 발표한 뒤 토론이 이어졌다. 학계에 많이 알려진 분의 발표일 뿐 아니라, 흘려 쓴 글자들을 해독하는 것도 쉽지 않아 누구도 섣불리 말문을 열 수 없었다. 잠시 침묵의 시간이 흐른 뒤 한 사람이 조용히 손을 들었다. 혼자서 공부하는 중이라고 소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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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냥이의 마지막 순간
조규익 얼마 전부터 내 집을 찾아 끼니를 해결하던 길냥이. 최근 뼈뿐인 몸으로 누가 물었는지 움푹 파인 상처가 딱해보이던 녀석은 신음 속에 숨을 몰아쉬곤 했다. 녀석이 올 때마다 통조림을 건네자, 몇 번 먹고 힘을 차리는 듯 했다. 그 후로 그는 내 집 주변을 떠나지 않았다. 오늘 아침, 뜰에 죽어있는 녀석을 발견했다. 언제부터 그는 이곳을 죽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