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백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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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허기’를 채워 준 은인
<<넓고 깊게 지식을 나누다>>-박이정 30년사 ‘책 허기’를 채워 준 은인 조규익(숭실대 교수) 음식과 책에 굶주리며 자랐다는 내 말을 요즘 젊은 세대들은 믿지 않는다. 나를 포함한 이 땅의 베이비부머 세대는 어린 시절부터 음식과 책에 대한 굶주림의 트라우마를 공유한다. 사실 친구들 가운데 나는 유독 더했다. 너덜너덜한 교과서를 제외하면, 글자들이 인쇄된 비료 부대나 장에 가셨던 아버지가 간간이 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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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과의 대화: 「만횡청류」 성 담론의 정체
단원 김홍도의 춘화 고전과의 대화 「만횡청류」 성 담론의 정체 조 규 익 하나. 왜 성을 노래했나 김천택은 <<진본 청구영언>> 말미에 「만횡청류」 116수를 실어 놓았다. 학계에서는 ‘만횡청류’라는 명칭을 도외시하고 ‘사설시조’로 호칭하지만, 정확한 명칭은 아니다. 편찬자 김천택의 원래 의도는 ‘사설시조’란 출처불명의 명칭에 있지 않았고, ‘만횡청류’라는 명칭에 담겨 있다. 가곡에서 초장을 곧은 목의 삼삭대엽, 2장 이하는 흥청거리는 농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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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공부를 어떻게 ‘땡처리’할 것인가
내 공부를 어떻게 ‘땡처리’할 것인가 조규익 Ⅰ 연구실에 앉아 자료 해독 · 해석으로 부심(腐心)하던 중, 전화벨이 울렸다. 갓 20이나 되었을까. 앳된 여성의 목소리였다. “혹시 ‘부녀자취업알선센터’인가요?” 약간 긴장한 탓일까. 가느다란 목소리는 더욱 기어들어가듯 가늘어지고 있었다. 나는 무심코 “전화 잘못 거셨어요!”라고 건조하게 응답한 뒤 끊었다. 한참동안 책장을 넘기는데, 문득 세 가지 의문들이 내 작업을 방해했다. “전화를 잘 못 건 그녀는 누구일까?” “그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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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답사 혹은 보물찾기
학술답사 혹은 보물찾기 조규익 내 어린 시절 소풍날의 가장 가슴 뛰는 행사는 ‘보물찾기’였다. 파릇파릇 돋아난 나물더미 속이나, 하찮아 보이는 돌덩이 밑에 감쪽같이 숨겨진 쪽지를 찾아내곤 환호성을 지르던 친구들의 얼굴이 아직도 내 기억 속에 생생하게 남아 있다. 쪽지 하나 찾아 봐야 연필 두어 자루, 공책 두어 권 주어지는 게 고작이었지만, 그 시절엔 보물을 찾아낸 아이들이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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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소재영 선생님!
아, 소재영 선생님! 조규익 책 표지 소재영 선생님께서 새로 내신 책(<<성오수록(省吾隨錄)>>)을 보내 오셨다. 성오(省吾)는 선생님의 아호(雅號)로서 <<논어>> 「학이」편의 “일일삼성오신(一日三省吾身/나는 하루에 세 번씩 내 몸을 반성한다)”에서 따오신 호칭이다. 선생님의 설명(“내년이면 미수를 맞는다. 그간 내가 지나온 삶을 어떤 형식으로든 한번 정리하고 뒤돌아보아야 되겠다는 생각에서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이 글을 준비하기에 이르렀다. 이번에 출간하는 <<성오수록(省吾隨錄)>>은 일단 내 삶의 모습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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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동動動: 궁중 융합무대예술, 그 본질과 아름다움>>을 내며
조규익 QR코드를 열어 보세요! <<동동動動: 궁중 융합무대예술, 그 본질과 아름다움>>을 내며 숭실대학교 한국문학과예술연구소에서 올해의 첫 책인 <<동동動動: 궁중 융합무대예술, 그 본질과 아름다움>>(민속원)이 ‘한국문학과예술연구소 학술총서 58’로 나왔다. 고려조와 조선조의 궁중 연향에서 공연되던 가∙무∙악 융합 무대예술 ‘동동’에 관한 공동저술(저자: 조규익∙문숙희∙손선숙∙성영애)이다. 이미 2015년에도 우리(조규익∙문숙희∙손선숙)는 궁중 예술 역사상 최고봉으로 인정받고 있는 ‘봉래의鳳來儀’를 유사한 관점과 방법론으로 연구한 저서(<<세종대왕의 봉래의,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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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잘 버려주신 분들께 감사드리며
책을 잘 버려주신 분들께 감사드리며 조규익 책과 돈은 한 군데 고여 있으면 썩는다. 한 나라의 경제가 잘 되려면 돈이 ‘재빨리 활발하게’ 돌아야 하고, 한 나라의 학계가 잘 되려면 책이 많이 만들어져 왕성하게 유통되어야 한다. 내 서재에서 잠자고 있는 책들이 언젠간 후학 누구에겐가 전해져 새로운 지식의 원료로 쓰인다면, 그보다 더 다행한 일은 없을 것이다. 누구에겐가 증정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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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신연식을 보내며
친구 신연식을 보내며 조규익 친구 신연식이 떠났다. 15년 해직으로 고통 받고, 10년을 병마와 싸우던 그는 결국 병마의 끈질긴 공격으로 이승에의 집착을 내려놓고 말았다. 그리고 영원한 안식의 길을 떠났다. 그의 얼굴은 편안했고, 막바지에 그가 남겼다는 글은 평소 그의 말처럼 담담했다. 장례식장에 내걸려 추도객들을 맞이하던 그의 영정은 오늘 내게 무슨 할 말이라도 있는 것 같았다. 그러나 끝내 그는 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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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내기 OT에 다녀오며
새내기 OT에 다녀오며 조규익 매년 이맘때(2월의 마지막 주)면 대학 본부가 주최하는 새내기들의 OT 모임이 있다. OT란 ‘ORIENTATION’의 약자일 터인데, 서양의 대학들에서 기원한 Student Orientation이 바로 그것이다. 새내기들에 대한 환영과 대학생활 안내, 새내기들과 교수 및 선배들의 만남, 새내기들 간의 친목 도모 등 다양한 목적과 내용으로 진행되는 행사다. 3천명 넘는 신입생들이 한 곳에 모일 수 없으니, 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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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존법(壓尊法)’ 혼란 시대
‘압존법(壓尊法)’ 혼란 시대 조규익 우리 과의 어느 학생. 똑똑하고 공부 잘하는, 예쁜 여학생이다. 그가 내게 전화를 걸었다. 학교 전체 졸업식이 끝난 뒤 있게 될 학과 졸업식 관련 연락 때문이었다. 그런데, 한참 듣다가 나도 모르게 꾸지람을 내뱉고 말았다. 압존법이 심히 부정확했다. 사실 이 학생만 압존법을 모르는 건 아니고, 또 대학생들만 그런 게 아니다. 일선 관청을 방문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