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글 – 칼럼/단상

  • 갑오년 그믐날 밤의 단상: 이완구 총리를 보며

    갑오년 그믐날 밤의 단상: 이완구 총리를 보며 복잡한 것 같지만 단순한 게 인생사다. 많은 관계들이 얽혀 여러 의미들을 만들어내기도 하지만, 대개 한 두 가지 개념의 공약수로 수렴되는 것이 세상사다. 욕망과 허무는 내 경험으로 파악한 인간사의 두 공약수다. 위대한 시간의 흐름 속에서 부서지지 않는 성채(城砦)가 어디 있으랴! 잘 되었든 못 되었든 욕망으로부터 기획되거나 이루어지는 것이 인간만사이며, 성서의…

  • 장하다, 네티즌 수사대여!

    장하다, 네티즌 수사대여! 드디어 ‘크림빵 뺑소니 범인’을 잡았다. 밤늦게 일을 마친 젊은 남편. 만삭의 아내가 좋아하는 크림빵을 사서 길을 건너다 차에 치여 돌아오지 못할 곳으로 떠났다는, 슬픈 소식을 접한 것이 며칠 전이었다. 인적도 드문, 휑하게 넓은 거리. 누가 그 현장을 보았으랴? 절망감이 나를 엄습했다. 며칠 전 우연히 TV에서 ‘산 속 농장의 염소를 모조리 물어 죽인…

  • 박근혜 대통령을 보며

    박근혜 대통령을 보며 ‘군자는 말은 어눌하게 하나 행동은 민첩하게 한다’[子曰 君子欲訥於言而敏於行: <<論語>> <里仁>]는 공자의 말이 있다. 군자라면 ‘말수가 적고 좀 느려도 행동만큼은 민첩하게 해야 한다는 것’. 달리 말하면 ‘쉽게 말하지 말아야 하고 일단 말했으면, 반드시 재빨리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는 뜻이 들어 있을 것이다. 번지르르한 말들을 속사포처럼 내 쏘면서 하나도 실천에 옮기지 않는 달변가들을 꾸짖은 말씀이었을…

  • ‘인천 어린이집의 악마’를 보며

    어제 오늘, ‘차마 보지 못할 것’을 보고야 말았다. 인천 연수구의 한 어린이집에서 33세의 보육교사가 우악스런 손으로 네 살짜리 여자아기의 얼굴을 쳐서 쓰러뜨리는 광경. TV는 나를 고문하듯 그 잔인한 광경을 반복해서 보여주었다. 이제 11개월 된 내 손녀, 겨우 ‘엄마 아빠’ 소리를 되 뇌이며 세상을 익혀가는 내 손녀의 얼굴이 그 아이에게 오버랩 되며 마음 속에 뜨거운 것이…

  • ‘올해의 사자성어(四字成語)’ 감상

    **轍鮒之急 飽食煖衣** ‘교수신문’이 올해의 사자성어(四字成語)로 ‘지록위마(指鹿爲馬)’를 선정했다는 보도가 한동안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습니다.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 한다는 것. 즉 거짓으로 윗사람과 주변사람들을 농락한다는 뜻입니다. 이 말을 올해의 사자성어로 선정한 일에 대하여 딱히 반론을 제기할 이유는 없습니다. 사실 저도 이 달 초 같은 신문으로부터 올해를 대표할만한 사자성어 두 건을 추천해달라는 요청을 받은바 있습니다. 당시 저는 조용히 눈을…

  • 학술대회 참관기-문학과 환경학회 국제심포지엄을 다녀와서-‘환경과 문학’ 담론, 그 세련화를 지향하며

    문학과 환경학회 국제학술 심포지엄[ ‘동요하는 경계들: 자연, 기술, 예술’]-오키나와 나고 시 메이오 대학교/2014년 11월 22-23일 문학과 환경학회 국제 심포지엄 표지 다큐멘타리의 내레이터로 등장하여 끝없이 문제를 제기하는 이시무레 미치코 선생 다큐멘터리 <꽃의 정토로> 타이틀 화면 이시무레 미치코의 <<고해정토>>의 영문 번역판 한국의 전통 생태학 관련 논문을 발표하고 있는 필자 이시무레 미치코의 「꽃의 정토로(花の億土へ)」에 나타난 ‘문학이론의 척도’를 발표하고…

  • ‘메모리얼 뮤지엄’, 그리고 어떤 기억들의 보존 방식-어느 국문학자의 ‘바람의 땅’ 오클라호마 답사기

    *<교수신문> 758호(2014. 12. 1.)에 실린 글을 퍼다 놓습니다. ‘메모리얼 뮤지엄’, 그리고 어떤 기억들의 보존 방식 어느 국문학자의 ‘바람의 땅’ 오클라호마 답사기 조규익 숭실대 교수(국어국문학과)는 2013년도 풀브라이트 지원의 방문학자로 미국 오클라호마주립대에서 연구하는 기회를 잡았다. 그는 “이곳에서 틈틈이 아내 임미숙과 함께 주변지역을 두루 답사하며 많은 깨달음을 얻었다”라고 말한다. 오클라호마 곳곳에서 그는 삶의 어떤 순간들을 새롭게 읽어낼 수…

  • 내 등짝을 내려친 출판사 사장의 죽비

    내 등짝을 내려친 출판사 사장의 죽비 오늘 두 사람의 출판사 관계자가 내 연구실에 찾아왔다. 언제나 출판사 사람들이 방문을 열고 들어설 때마다 내 가슴은 출렁 내려앉곤 한다. 당장 필요도 없는 책을 사야 하거나 그들의 푸념을 들어야 하고, 내 가슴에 그득 들어 있는 탄식을 쏟아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은 오늘도 마찬가지였지만, 또 다른 의미의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는…

  • [서평] 본질 탐구로 길어낸 악장 연구의 새로운 이정표

    [서평] 조규익, 《조선조 악장 연구》(새문사, 2014) 본질 탐구로 길어낸 악장 연구의 새로운 이정표 박수밀(한양대 국문학과) 1. 조규익 교수의 《조선조 악장 연구》(2014)는 저자가 수십 년간 줄기차게 매달려온 악장 연구의 3부작 완결판이다. 악장은 고전시가에서 자립적인 위상을 지닌 양식임에도 불구하고 연구하는 학자는 극히 적다. 연구 초기 장르상의 귀속이 애매했을 뿐더러 특정한 시기에만 나타났다 사라진 장르라는 점, 소수 계층의…

  • 책 단상

    책 단상 초년병 시절. 책을 한 권 내면 세상의 한 모퉁이라도 정복한 듯 설렘으로 붕 뜬 채 며칠을 지내곤 했다. ‘사람들이 아마 요건 모르고 있었을 거야!’ 초등학교 소풍 날 보물찾기 시간, 후미진 곳에서 하얀 쪽지를 찾아낸 뒤 콩닥거리는 가슴을 어쩌지 못하던 아이가 그러했으리라. 책도, 책을 내는 사람들도 그리 많지 않았던 시절. 내로라하는 학계의 거물들이 존재감을 드러내시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