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Uncategorized
-
파도리의 선배 처소에 당호(堂號) 현판 ‘청빈지헌(請賓之軒)’을 걸어 드리고
태안 파도리를 아시지요? 전원주택을 짓고 살려면 이 정도는 되어야 한다고 큰 소리 칠만한 곳이지요. 그 바닷가 양지바른 언덕에 처소를 꾸리고 유유자적하시는 청운(靑雲) 김봉순(金奉淳) 선배의 처소에 현판을 걸어드리고 돌아왔습니다. 파도리의 빛나는 갯벌과 아름다운 물결, 그 속을 유영하는 망둥이・갯장어・간재미 등이 금방이라도 튀어 올라 잡혀 줄 것 같은 언덕 위의 아름다운 집과 현판 속의 당호가 어울려 기분이 좋은…
-
서툰 도둑은 쉽게 잡힌다
‘논문 표절은 학문테러’란 제목의 시론을 발표한 적이 있다. 몇몇 학자들의 표절로 국제망신을 당한 사건을 비판한 글이다. 그 후에도 표절은 확산되었고, 수법 또한 교묘해졌다. 쉽게 자행되고 확산되며 눌러도 되살아나는 점에서 표절은 인터넷 시대의 고질병이다. 두 해 전 포털에서 낯익은 내용의 글을 목격했다. 독자가 어떤 책의 저자를 칭찬하며 쓴 글이었다. ‘아니, 이건 내가 쓴 책 내용인데?’…
-
누가 ‘이 시대의 유다’인가
극적인 배신 사례로 꼽히는 신약성서 ‘마태복음’의 ‘유다’ 사건. 예수는 유월절 만찬에서 제자들이 자신을 버릴 것이라 예언했고, ‘자신을 팔아넘길 자’로 유다를 지목했다. ‘은 30’에 예수를 팔아넘긴 유다. 만찬 다음 날 예수 수난의 참상을 보며 양심의 가책으로 목매어 자살했다. 어찌 성서뿐이랴. 배신의 화소(話素)를 빼면 많은 문학작품들도 인간의 허약한 내면과 진실을 극적으로 드러내지 못했을 것이다. 사회・정치적 소용돌이들을…
-
‘가짜뉴스’의 달콤함에 취해…
‘삼국유사’ 맛동설화(서동설화·薯童說話)의 한 부분. 신라 진평왕의 딸 선화가 아름답다는 소문을 듣고 경주에 잠입한 맛동이 아이들에게 마를 주며 ‘선화와 자신의 사통(私通)’ 노래를 부르게 했다. 널리 퍼진 그 노래 덕으로 맛동은 결혼에 성공했다. 맛동과 선화의 사통은 이른바 ‘허위 정보’ 혹은 ‘가짜 뉴스’였던 셈. 맛동이 만든 거짓말이 매체인 아이들의 노래를 통해 널리 번졌고 장본인이 소망을 이룬, 일견 ‘유쾌한…
-
공간을 넘어 공감으로
서울을 떠나던 날 절친에게 문자를 날렸다. ‘40년 애증의 공간 서울을 탈출하네. 방금 노마드의 천막을 걷어 나귀 등에 실었네. 에코팜에 이 천막을 둘러치고 잔명을 즐기다 그마저 해져 흙으로 돌아가면, 어렵사리 지탱해온 이 몸도 한 숟갈 거름 되어 대지 깊숙이 스며들고자 하네. 아듀!’. 젊은 시절엔 삶의 공간들을 제법 옮겨 다녔다. 마지막 공간을 정하기까지 20여 년. 끝없는…
-
새겨라, ‘용비어천가’
작년 말, ‘환경・사회・지배구조’ 통합을 핵심가치로 삼아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어느 학회로부터 강연 요청을 받았다. 주제는 ‘용비어천가(이하 ‘용가’)와 풍수(風水)의식’. ‘용가’는 변함없는 내 연구대상 중 하나이고, 풍수는 그 학회의 핵심가치 중 환경과 직결된 사안이다. 어찌 환경뿐이랴? 요청을 받자마자 이상적 ‘거버넌스(governance)’의 합리적 진술이자 ‘지속가능성’의 바이블이 용가임을 알려주고픈 의욕이 솟구쳤다. ‘용비어천가를 모독하지 말라’는 제목의 시론을 발표한 것이 20년 전의…
-
‘지식잔치’가 끝나간다
최근 어느 연구소의 학술발표회. 연 4회 열던 발표회를 한 차례로 줄인, 바로 그 행사였다. 몇 년 전까지 발표자와 토론자 외에 관심 있는 인사들도 찾아와 그리 썰렁하진 않았으나, 이번은 달랐다. 기획이 신선하고 난방도 ‘빵빵한’ 공간에 발표자와 토론자들, 행사 진행자 서너 명이 전부. ‘폭망’ 수준이었다. 1970-80년대, 대표학회의 학술대회는 대부분 서울의 대학들에서 열렸다. 버스를 갈아타면서 대회가 열리는 강당에…
-
사람으로 사는 죄
최근 뉴스를 탄 ‘고양이와 개 학대’ 사건들. 세월은 좋아졌다는데, 우리는 왜 동물들에게 여전히 잔인할까. 어릴 적, 등교 전 암소를 풀밭에 매어 놓았다가 하교 후 데려오는 일이 내 임무 중 하나였다. 그 소는 매년 송아지를 낳았고, 송아지는 생후 반년 뒤쯤 팔려가곤 했다. 떠나기 며칠 전 송아지 목에 밧줄이 걸리면, 어미 소는 이별을 직감하고 식음을 전폐한…
-
한 장 남은 달력을 뜯기 전…
마지막 달력 한 장, 달랑 남았다. 시인 정재영은 ‘끊을 수 없는 시간을/토막 내어 염장해 놓고/긴 것 짧은 것을 꺼내 먹는다’고 1년 치 달력을 절묘하게 읊었다. ‘긴 것’이라야 ‘단 하루’ 더 있을 뿐. 더구나 365일이 ‘폰’ 안에 들어 있는 요즘이다. 그래서 달력을 아예 걸지 않는 친구도 있다. 이맘때면 수많은 기업체들, 대학들, 은행들은 달력을 ‘예쁘게’ 만들어…
-
국문과가 사라진다
내 어릴 적, 삶의 근저에 대한 성찰로 이끌어준 분들은 대부분 국어선생님들이셨다. 긴 고민 끝에 교사가 되기로 결정했고, 국어교사를 거쳐 국문학 교수가 되었다. 교수로 첫 발을 내디딘 80년대 전반 ㄱ 대학의 원로교수 한 분은 늘 ‘국문과는 1등 학과야!’라는 멘트를 반복하셨고, 그 말씀이 법조문에 나오기라도 한 듯 나도 학생들도 덩달아 자부심을 가졌었다. 10여 년 전, 어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