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글 – 칼럼/단상

  • 나이타령-정치인들에게-

    나이타령 -정치인들에게- 세종대왕 세종 18년(1436) 3월 26일의 일이다. 당시 판중추원사를 지내던 허조(許稠)가 벼슬에서 물러나고자 했다. 중추원은 왕명의 출납(出納)이나 병기(兵器)ㆍ군정(軍政)ㆍ숙위(宿衛) 등 임금 주변에서 군무나 경비를 담당하던 핵심 부서였고, 판중추원사는 정2품의 고위직이었다. 조선조 18개 품계 가운데 정1품, 종1품 다음의 세 번째로 높은, 오늘날로 치면 장ㆍ차관이나 도지사급에 해당하는 직급이었으니, 권세 또한 막강했을 것이다.(그는 좌보궐로 조선조의 벼슬을 시작하여 좌의정…

  • 새해를 맞으며

    새해를 맞으며 2016년 12월 31일 득량만에서의 해넘이 2017년 1월 1일 득량만에서의 해맞이                                      2017년 1월 1일 득량만에서 만난, 추억의 아침 연기 1990년대 초쯤일까요. 복거일의 소설 <<역사 속의 나그네>>를 읽고 나서, 한동안 타임머신을 저 자신의 화두(話頭)로 틀어쥐고 지낸 적이 있습니다. 불혹에 접어들면서 시간의 위력을 깨닫게 되었고, 시간의 손아귀로부터 벗어나려는 욕망이 제 내면을 야금야금 먹어 들어오기 시작한…

  • 염치(廉恥)

    역사상 우리의 중세를 지배한 사상은 유학이었고, 그 이데올로기는 통치의 이론적 근간이 되어 왔다. ‘염치’란 현대의 우리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말들 가운데 하나인데, 그 역시 유교 이데올로기에서 나온 것임은 물론이다. 지금 대부분의 국어사전이나 한자사전들에는 “남에게 신세(身世)를 지거나 폐를 끼칠 때 부끄럽고 미안한 마음을 가지는 상태(狀態)” 혹은 “체면을 차릴 줄 알며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 등으로 설명 되어…

  • 대통령의 콤플렉스

    대통령의 콤플렉스 최근 대통령이 탄핵되면서, 사람들은 그를 비판하고 질타하느라 여념이 없다. 단군 이래 우리가 이렇게 하나로 단결된 적이 있었던가 생각해보면, 우스갯말로 ‘못난 대통령이지만 국민들의 단결을 위해 큰 공을 세웠다’고 말할만도 하다. 의정 단상에서 사자후를 토하는 선량(選良)들 가운데 몇이나 ‘돌을 던질 만한’ 자격을 갖추고 있을 것이며, 촛불을 들고 나선 나 같은 장삼이사(張三李四)들 가운데 몇이나 ‘국민으로서의 모범적인 삶’을…

  • FM도 몰랐던 박근혜, 깜빡 속은 국민들

    FM도 몰랐던 박근혜, 깜빡 속은 국민들 올해 돌아가신 어머니는 당신의 판단과 주장에 놀라울 정도의 확신을 갖고 계신 분이었다. 힘들었던 시절, 조랑조랑 5남매를 베이비부머 세대의 일원으로 낳아 기르신 이 땅 어머니들의 일반적인 모습이기도 할 것이다. 대통령 선거가 있던 해 초겨울쯤이었다. 찾아 뵈온 자리에서 내 손을 꼭 잡고 하신 말씀이 아직도 귀에 쟁쟁하다. “자네, 박근혜를 찍어야 하네!…

  • 블로그의 빗장을 다시 열며

    블로그의 빗장을 다시 열며 연구실의 오후. 나른함을 느끼는 찰나, 옛 제자로부터 ‘까톡!’이 왔다. ‘이제 블로그에 글을 안 올리시느냐’는 항의성 채근이었다. 아, 내 글을 읽어주는 사람도 있었구나! 한동안 의욕상실증에 걸려 있었다. 대통령의 어이없는 비정(秕政)이 만인의 공분(公憤)을 불러왔고, 촛불의 행렬이 거리를 메우는 나날이다. 촛불을 들고 나가든, 촛불 대신 글을 적든, 무언가를 하는 게 옳았으리라. 그러나 저 휩쓸리는…

  • 아버지의 지게

    아버지의 지게 xml:namespace prefix = “o” /  연구실과 강의실을 왕복하는 일상. 그 단조로움을 깨는 유일한 즐거움은 수영이었다. 거의 매일 한 시간 정도 물에 들어가 숨차게 땀을 빼고 나면 온몸이 가뿐했다. 쉼 없이 30차 왕복하면 36~40분이 소요되는 25m 레인에서 가당치 않게 대양의 돌고래들을 꿈꾸곤 했다. 가끔씩 어깨에 통증이 느껴졌지만, 그럴수록 더 열심히 하면 대개 며칠 지나지…

  • “쓴물이나 한 잔 허세!”

    “쓴물이나 한 잔 허세!” 몇 년이나 지났을까. 일이 있어 고향에 갔다가 친구의 사무실에 들렀다. 누군가와 통화를 하던 그가 마무리 멘트로 던진 말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시일 내로 쓴물이나 한 잔 허세!” ‘쓴물’이라? 잠시 갸우뚱했다. 그러나 그게 바로 ‘커피’를 뜻한다는 사실을 깨닫곤, 무릎을 쳤다. 그 날부터 아침마다 쓰디쓴 에스프레소 한 잔을 마시면서 그가 깨우쳐 준 ‘쓴 물’의…

  • 남도에서 만난 무서운 선비, 금남 최부 선생

    남도에서 만난 무서운 선비, 금남 최부 선생 <<최금남표해록>> 최부 선생의 표류 및 귀환 노정 신춘호(한중연행노정답사연구회 회장) 박사로부터 금남 최부(崔溥, 1454~1504) 선생(이하 ‘선생’으로 약칭)의 자취를 찾아 나선다는 연락이 왔다. 오랜만에 가슴이 뛰었다. 파릇파릇하던 시절, <<금남선생 표해록>>을 읽고 언젠가는 그 길을 밟아보리라 마음먹고 있었다. 그 열기는 아직도 식지 않았는데, 흘러간 세월이 벌써 수십 년이다! 끔찍한 표해(漂海)의 노정은…

  • 삼례 책 마을을 다녀와서

    삼례 책 마을을 다녀와서 책이 없어 곤궁하던 어린 시절부터 책이 넘쳐나는 지금까지 책과 뗄 수 없는 것이 내 삶이다. 남의 책들을 사 읽고 모으며, 가끔은 책을 펴내는 게 내 일 중의 큰 부분이기 때문이다. 내가 막 학계로 진출하던 1980년대부터 최근까지 30여 년 동안 우리 사회엔 책이 넘쳐나게 되었다. 지식인들의 수와 지식정보의 양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지식정보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