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글 – 칼럼/단상

  • 단옷날에…

    내 생애 쉰 두 번째의 단옷날이다. 분주하게 살다보면 깜빡하는 수도 있으나, 대개 하루해가 저물기 전에 단옷날임을 알게 되고, 내 젊음이 허무하게 지나가고 있음도 깨닫게 된다. 이 날만 오면 반드시 한 토막씩 행사소식이나 기사를 내 보내는 언론 매체들 덕분이다. 어릴 적 이맘때쯤은 이른 보리 베기와 모내기가 대충 마무리되는 시점이다. 산에 들에 살진 고사리며 수리취 등이 지천으로…

  • 중화주의, 그 걸러지지 않는 역사의 노폐물

    시사저널 원문보기 클릭 중화주의, 그 걸러지지 않는 역사의 노폐물 조규익(숭실대 국문과 교수) 얼마 전 모 대학 교수로부터 들은 이야기 한 토막. 2005년 베이징에서 우리나라 국회의원 두 명이 탈북자 인권문제로 기자회견을 하려다 중국공안 당국으로부터 폭행을 당한 사건이 있었다. 함께 있던 우리나라 외교관들도 폭행을 당한 건 물론이다. 정당한 이유 없이 주재국 공권력에 의해 다른 나라 외교관이 폭행을…

  • 소에 관한 단상

    소에 관한 단상 조규익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자유화에 대한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미국이나 유럽에서 광우병이 빈발했고, 미국산 소에 광우병의 인자가 들어있을 가능성이 크다니 미상불 걱정이 아닐 수 없다. 급기야 어느 방송에서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서구인들에 비해 광우병 발병 가능성이 두 배 가량 높은 유전인자를 갖고 있다는 내용의 보도까지 했다. 불난 집에 기름 부은 꼴이다. 한쪽에서는 문제없다…

  • 빨치산스크에서 만난 고려인, 마리아 알렉상드로 김

    조선일보 원문보기 빨치산스크에서 만난 고려인, 마리아 알렉상드로 김 조규익(숭실대 국문과 교수) 연해주의 우수리스크시에서는 올해도 어김없이 한-러 양국 합동으로 ‘1920년 4월 참변’의 추모제가 열렸다. 러시아 군인들이 쏘아 올리는 조총(弔銃)의 굉음 속에서 러시아인들과 한국인들, 그리고 또 다른 한국인인 ‘고려인들(Soviet-Koreans)’이 함께 바치는 추모사와 조화들은 러시아 땅에서 진행되어온 역사의 기묘한 부조리를 함축적으로 보여주었다. <추모식에 참여한 한-러 인사들. 좌로부터 블라디보스톡…

  • 왜 지금 ‘여민락’을 말해야 하는가

    *이 글은 “2008 국립국악원 정악단 정기연주회 – 노래와 선율이 함께 하는 여민락”(2008. 4. 17.)에 실려 있습니다. <여민락 공연 팜플렛> 왜 지금 ‘여민락’을 말해야 하는가 조규익(숭실대 교수) 아부하는 사람들을 보며 ‘<용비어천가> 읊지 말라’고 핏대를 올리는 지식인들이 의외로 많다. 정도 이상으로 대통령을 추어올리는 언론의 논조에도 ‘노비어천가’를 부른다거나 ‘명비어천가’를 읊는다고 비난한다. <용비어천가>를 한 번도 읽어보지 못한 사람들일수록 그것을…

  • 러시아 기행 1 – 회색빛 알쫌 공항과 자작나무의 기품

    러시아 기행1 회색빛 알쫌공항과 자작나무의 기품 조규익 2008년 4월 3일, 인천공항 42번 게이트. 역사적인(?) 러시아 기행에 나서며 차분함과 설렘이 교차했다. 마피아의 천국, 악마처럼 생각되던 맑스․레닌주의의 원조, 매서운 시베리아의 눈보라, 마음까지 얼어붙게 만드는 툰드라의 혹한… 그간 멀게만 느껴지던 러시아였다. ‘그런 곳에 언제 가볼 것이며 꼭 가볼 필요까지야 있으랴?’라는 게 평소 내 생각이었다. <알쫌 공항에서 내리고 있는…

  • 참회의 글

    참회의 글 조규익 불교경전에 ‘개구즉착(開口卽錯)’ 또는 ‘미개구착(未開口錯)’이란 말이 있습니다. ‘불립문자(不立文字)’의 오묘함을 깨닫기 위해 반드시 되씹어 보아야 하는 경구이지요. 스스로의 노력으로 견성(見性)하지 못하고 남에게 의지하려 하면 ‘입을 열자마자 그르친’격이거나 ‘입을 열기도 전에 그르친’ 격이라는 말입니다. 예로부터 불교의 선사(禪師)들이 흔히들 써온 이 말은 진리를 깨닫는데 말이 필요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해를 끼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작은…

  • 눈 내린 산길을 걸어서 출근하며

    눈 내린 산길을 걸어서 출근하며 조규익 출근길의 어려움에 고통 받는 분들은 ‘미친 놈!’이라 욕하시겠지만, 밤에 눈이 내리면 못 말릴 정도로 들뜬다. 아침 일찍 아이젠에 배낭차림으로 산길을 걸어 학교로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저 끝에 누가 있을까 대도시의 한 구석에 둥지를 틀고 세상의 잇속으로부터 초연하려 애써온 20년 세월. 누항(陋巷)에 살면서도 그나마 위안이 되는 건 한겨울에만 서너…

  • 아, 교수들의 꼬락서니여!-새 정부에 참여한 문제교수들을 보며-

    아, 교수들의 꼬락서니여! -새 정부에 참여한 문제교수들을 보며-                                                                            조규익 장관을 비롯한 정부 고위직에 취임하려면 국회의 청문회를 거쳐야 한다.…

  • 춤추는 무희여, 그대 새의 모습을 한 신선이여!-춘앵전을 보고-

    춤추는 무희여, 그대 새의 모습을 한 신선이여!            -춘앵전을 보고- 조규익 당나라 고종때의 일이다. 무슨 근심이 있었던지 새벽 일찍 잠자리에서 일어나 앉아 있던 황제. 밖으로부터 꾀꼬리 울음소리를 들었다. 슬며시 창을 열고 내다본즉 노란 색 꾀꼬리 한 마리가 나뭇가지에 앉아 노래를 부르고 있는 게 아닌가. 갑작스레 흥이 일어, 즉시 악공 백명달을 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