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글 – 칼럼/단상

  • 스페인 기행 3-2 알함브라의 꿈과 그라나다의 아름다움

    다음 날 호텔에서 이른 아침을 먹은 다음 서둘러 나간 곳이 이번 여행의 꽃인 알함브라 궁. 멀리 보이는 시에라 네바다 산맥엔 비구름이 걸려 있고, 나그네의 외투 깃으로 빗방울이 파고들었다. 과연 알함브라는 이슬람 문화의 정수였다. 가이드는 산책하는 기분으로 알함브라를 느껴보라 했지만, 알함브라에 엉겨있는 역사의 고비들이 너무 복잡하여 나그네의 마음은 편치 않았다. 워싱턴 어빙(Washington Irving)이 미국 공사관의 자격으로…

  • 스페인 기행 3-1 알함브라의 꿈과 그라나다의 아름다움

    2009년 1월 24일 저녁에 도착한 그라나다. 지중해로부터 40분 정도의 거리에 위치한 이 도시는 어둠 속에서도 화려했다. 도착하자마자 호텔 식당에서 대충 저녁을 때운 우리는 플라멩코 공연장으로 직행했다. 알바이신 지역의 따블라오 공연장. 허름하고 좁좁한 공연장이 정겹긴 했으나 삐걱대는 의자가 불편했다. 그러나 바로 눈앞에 설치된 한 두 평쯤의 나무 무대, 그곳을 적시는 무희들의 열정과 땀방울은 우리를 환희의 도가니로…

  • 스페인 기행 2-3 : 똘레도의 감동, 그리고 질기게 따라붙는 동키호테

    돈키호테와 작별한 우리는 끝없는 평원을 달려 시에라 네바다 산맥을 넘었다. 산맥의 정상엔 희끗희끗 눈이 덮여 있었다. 분지형의 비옥한 땅, 그라나다. 로마제국과 이슬람 왕조의 마지막 수도였던 곳이다. 시내는 화려하고 복잡했으며, 호텔에는 관광객들이 득실거렸다. 점점 지중해에 가까워지기 때문인가, 날씨도 온화했다. 여기서 밤늦게 플라멩코를 보기로 했다. 알바이신 지역의 따블라오 플라멩코 공연장을 찾았다. 200에 가까운 객석이 가득 찬 가운데 두…

  • 스페인 기행 2-2 : 똘레도의 감동, 그리고 질기게 따라붙는 동키호테

    똘레도를 출발하여 그라나다로 향하는 길. 드넓은 스페인의 평원이 펼쳐지고 있었다. 가도 가도 산하나 보이지 않는 평원이었다. 들판은 정연하게 늘어선 올리브 나무들. 뿌리와 꼭지만 남아 새 계절의 발아(發芽)를 꿈꾸는 포도나무들, 장미의 농원, 그리고 푸른 보리밭이 전부였다. 과연 스페인은 농업의 대국, 풍요가 땅 전체에서 넘쳐 났다. 면적 505,955평방킬로미터, 남한 면적의 약 5배에 달하면서도 인구는 4,350만명에 불과했다. 1인당…

  • 스페인 기행 2-1 : 똘레도의 감동, 그리고 질기게 따라붙는 동키호테

    스페인 기행 2-1 : 똘레도의 감동, 그리고 질기게 따라붙는 동키호테 1월 24일. 호텔 레스토랑에서 이른 아침을 먹고 똘레도로 출발했다. 인구 6만 정도의 소도시이지만, 한때 마드리드를 위성도시로 거느리던 스페인의 수도였다. 이슬람 시절에 쌓아올린 가파른 성벽을 금대(襟帶)처럼 타호강이 에둘러 흐르고, 복잡한 시가지 안에는 고급 문화유산으로 그득했다. 스페인이 보유한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은 대충 헤아려도 39점이나 된다. 그 중…

  • 스페인과의 첫 상봉, 돈키호테를 만나다

    스페인과의 첫 상봉, 돈키호테를 만나다 아침 8시 40분 인천공항을 출발, 암스테르담 국제공항에 도달한 것이 유럽시각으로 오후 12시 34분. 12시간의 먼 거리였다. 2시에 암스테르담을 떠나 4시 30분에 드디어 마드리드 바라하스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서울로부터 무려 15시간이나 걸린 장도였다. 하늘은 잔뜩 흐려 있지만 바람은 매섭지 않았다. 바로 며칠 전에 눈이 쌓이고 한파가 맵게 몰아쳤다는 말을 믿을 수 없을…

  • ‘미네르바’가 가르쳐 준 것

    ‘미네르바’가 가르쳐 준 것 xml:namespace prefix = o ns = “urn:schemas-microsoft-com:office:office” / ‘미네르바’란 필명으로 사이버 세계에서 필봉을 휘두르던 인사가 사직당국에 잡혀 그 모습을 드러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나 언론에서는 이 사건을 ‘태산명동(泰山鳴動)에 서일필(鼠一匹)’ 격의 ‘허무개그’ 혹은 기껏해야 ‘허위정보 유출 범죄’ 쯤으로 치부하고 있는 듯하나, 문제의 본질은 그게 아니다. 그가 전문대 출신의 무직자라거나 해외 체류의 경험이 전무하다는 점…

  • 외국인 교수 영입의 전제

    조선일보 원문보기 클릭 koreafocus 원문보기 클릭 외국인 교수 영입의 전제 새 학기부터 20여명의 외국인 교수에게 강의를 맡기고, 2010년까지 그 수를 100명으로 늘이겠다는 최근 모 대학의 방침은 매우 긍정적이고 미래지향적이다. 이념과 종족의 한계를 뛰어넘어 인류적 가치나 이상의 실현을 목표로 하는 것이 학문임을 감안하면 그런 단안이 뒤늦은 감도 없지 않다. 상당수의 다른 대학들도 마음은 있으되 돈과 여건이…

  • ‘변하지 않는 것들’에 대한 그리움

    교수신문 원문보기 ‘변하지 않는 것들’에 대한 그리움 조규익(숭실대 국문과 교수) 얼마 전, 아끼는 후배 하나가 연구실로 찾아왔다. 40을 넘긴 나이. 공부를 할 만큼 했고, 연구력도 인정받고 있는 그였다. 평소의 그답지 않게 그는 매우 지친 낯빛이었다. ‘이제 밀려드는 삶의 피곤함을 어쩔 수 없노라’고, 처음으로 그에게서 진한 푸념을 들었다. 지방에 있는 한 명문 공대의 ‘글쓰기’ 계약교수 채용에서…

  • 역사의 진화(進化)는 완성되었는가?

    *이 글은 『어문생활』 127호(한국어문회, 2008. 6.)의 ‘나를 움직인 한 권의 책’에 실려 있습니다. 역사의 진화(進化)는 완성되었는가? -프랜시스 후쿠야마의 『역사의 종언』을 읽고- 조규익(숭실대 교수/한국어문교육연구회 이사) 엄혹(嚴酷)한 냉전체제 속에서 내 삶은 시작되었고, 30대 중·후반이 되어서야 공산진영은 무너지기 시작했다. 배고프고 암울하던 어린 시절. 등굣길에 나서는 아침마다 북으로부터 날아온 삐라를 줍는 게 일이었다. 동네 어귀까지 바닷물 들어찬 어느 보름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