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글 – 칼럼/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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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소재영 선생님!
아, 소재영 선생님! 조규익 책 표지 소재영 선생님께서 새로 내신 책(<<성오수록(省吾隨錄)>>)을 보내 오셨다. 성오(省吾)는 선생님의 아호(雅號)로서 <<논어>> 「학이」편의 “일일삼성오신(一日三省吾身/나는 하루에 세 번씩 내 몸을 반성한다)”에서 따오신 호칭이다. 선생님의 설명(“내년이면 미수를 맞는다. 그간 내가 지나온 삶을 어떤 형식으로든 한번 정리하고 뒤돌아보아야 되겠다는 생각에서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이 글을 준비하기에 이르렀다. 이번에 출간하는 <<성오수록(省吾隨錄)>>은 일단 내 삶의 모습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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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잘 버려주신 분들께 감사드리며
책을 잘 버려주신 분들께 감사드리며 조규익 책과 돈은 한 군데 고여 있으면 썩는다. 한 나라의 경제가 잘 되려면 돈이 ‘재빨리 활발하게’ 돌아야 하고, 한 나라의 학계가 잘 되려면 책이 많이 만들어져 왕성하게 유통되어야 한다. 내 서재에서 잠자고 있는 책들이 언젠간 후학 누구에겐가 전해져 새로운 지식의 원료로 쓰인다면, 그보다 더 다행한 일은 없을 것이다. 누구에겐가 증정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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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신연식을 보내며
친구 신연식을 보내며 조규익 친구 신연식이 떠났다. 15년 해직으로 고통 받고, 10년을 병마와 싸우던 그는 결국 병마의 끈질긴 공격으로 이승에의 집착을 내려놓고 말았다. 그리고 영원한 안식의 길을 떠났다. 그의 얼굴은 편안했고, 막바지에 그가 남겼다는 글은 평소 그의 말처럼 담담했다. 장례식장에 내걸려 추도객들을 맞이하던 그의 영정은 오늘 내게 무슨 할 말이라도 있는 것 같았다. 그러나 끝내 그는 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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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내기 OT에 다녀오며
새내기 OT에 다녀오며 조규익 매년 이맘때(2월의 마지막 주)면 대학 본부가 주최하는 새내기들의 OT 모임이 있다. OT란 ‘ORIENTATION’의 약자일 터인데, 서양의 대학들에서 기원한 Student Orientation이 바로 그것이다. 새내기들에 대한 환영과 대학생활 안내, 새내기들과 교수 및 선배들의 만남, 새내기들 간의 친목 도모 등 다양한 목적과 내용으로 진행되는 행사다. 3천명 넘는 신입생들이 한 곳에 모일 수 없으니, 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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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존법(壓尊法)’ 혼란 시대
‘압존법(壓尊法)’ 혼란 시대 조규익 우리 과의 어느 학생. 똑똑하고 공부 잘하는, 예쁜 여학생이다. 그가 내게 전화를 걸었다. 학교 전체 졸업식이 끝난 뒤 있게 될 학과 졸업식 관련 연락 때문이었다. 그런데, 한참 듣다가 나도 모르게 꾸지람을 내뱉고 말았다. 압존법이 심히 부정확했다. 사실 이 학생만 압존법을 모르는 건 아니고, 또 대학생들만 그런 게 아니다. 일선 관청을 방문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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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명의료 거부’를 신청하며
‘연명의료 거부’를 신청하며 조규익 작년, 존경하고 따르던 박정신 교수의 빈소에 갔었다. 예를 차린 뒤 “이곳엔 교수님의 유체가 안 계세요. 장기 기증을 위해 의료실에 계십니다.”라는 사모님의 말씀을 듣고 잠시 멍한 기분이 들었다. 독실한 기독교 집안에서 태어났고, 교회사를 전공으로 택하였으며, 기독교학과의 교수로 종신한 분이었다. 그것도 부족하다고 생각하신 것일까. 마지막 순간 자신의 육신까지 아직 살아 있는 생명들에게 나누어주고 떠나는 그 분의 모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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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영화 <말모이>, 의무감으로 찾았다가 감동 받고 돌아오다!
좋은 영화 <말모이> 의무감으로 찾았다가 감동 받고 돌아오다! 조규익 얼마 전부터 ‘말모이’라는 말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소리 소문도 없이 ‘말모이’라는 영화가 등장하여 사람들의 시선을 모으고 있다는 것이었다. ‘말모이’라? ‘국어사전’이란 뜻인데? 한일합방 전후 주시경 선생을 중심으로 우리말 사전의 필요성을 절감한 인사들이 쓰기 시작한 말인데… 그렇다. ‘조선말 큰 사전’ 편찬까지의 우여곡절을 사건의 축으로 조선어학회 회원들이 겪은 수난(조선어학회 사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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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을 파도 ‘한 우물’만 파라?
우물을 파도 ‘한 우물’만 파라? 그 옛날의 우물터 현대식 관정 조규익 노후 전원생활의 꿈을 심고 있는 에코 팜에 얼마 전 우물을 뚫었다. 둥글거나 네모난 형태의 전통 우물을 ‘판 것’이 아니라, 드릴(drill)로 뚫고 내려가 지하수맥을 연결하여 물을 길어 올리는 형태의 관정(管井)이니 ‘뚫었다’는 말이 맞다. 내 어린 시절엔 곡괭이와 삽으로 물 나올 때까지 한 뼘씩 파 들어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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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후르츠’를 에코팜에서…
‘인생 후르츠’를 에코팜에서… 조규익 아내의 손에 이끌려 떨떠름한 표정으로 일본 다큐영화 ‘인생 후르츠’를 보러 가는 길. 일본영화, 그것도 다큐라는 점이 매력을 반감시켰으나, 전원에서 삶을 마감해가는 노부부의 이야기라는 사실이 에코팜 주인인 내 흥미를 끌었다. 잡답(雜沓)의 도회에서 적막강산 에코팜으로, 에코팜에서 다시 알 수 없는 저세상으로 입사(入社/initiation)해야 하는 나(우리)로서는 사실 적절한 참고서가 필요하던 차였다. 원제로 보이는 ‘Life 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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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부도’의 아수라장
‘국가부도’의 아수라장을 뒤돌아보며 조규익 음울하고 처참했던 1997년의 겨울. 날만 새면 굴지의 기업들이 쓰러졌다는 소식과 일가족 자살 같은 끔찍한 뉴스들이 귓전을 때렸다. 이미 재계 14위 한보는 무너졌고, 진로도 재계 4위인 기아도 무너졌으며, 2위인 대우도 막 무너져 가고 있었다. 그러니 이들보다 규모가 작은 무수한 기업들은 물어 무엇하랴! 가장의 실직으로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가족들이 한파에 내몰리는 등 나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