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글 – 칼럼/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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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완종 사건을 보며
성완종 사건을 보며 참 가관이다. 산다는 게 무언지, 우리가 뭘 위해 사는지 참으로 많이 헛갈리는 나날이다. 돈 썩는 냄새가 천지에 진동할수록 국가를 경영하는 인간들이 죄를 짓고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가소롭고 딱하다. 매에 쫓긴 꿩이 머리를 논바닥에 쳐 박고 몸부림치는 모습 같아 애잔하기까지 한 요즈음이다. 사방팔방 돈을 퍼주다가 법에 걸려 옴짝달싹 못하게 되자, 동네사람들에게 일러바치고 목숨을 끊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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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의 깨달음-성선경의 시집을 받고-
‘오십’의 깨달음 -성선경의 시집을 받고- 며칠 전, 학과 학술답사여행 중이었다. 학과장 이경재 교수의 생일을 용케도 알아낸 착한 학생들. 그들이 점심 상 앞으로 케익을 안고 왔다. 이 교수에게 나이를 물으니, ‘40’이란다. 그가 ‘나의 40’에 대해 물었다. “세상 무서운 것 없던, 참 좋은 때였소.” 내 대답이었다. ‘나의 50’을 그가 또 물었다. “참으로 초조해집디다.” 내 대답이었다. 오늘 점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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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채용 비리’ 유감
‘교수채용 비리’ 유감 미국의 대학에 잠시 체류하고 있으면서, 교수 채용의 과정을 그 대학의 교수로부터 직접 듣게 되었다. 채용 심사가 완료되기까지 대략 5개월 정도 걸리는데, 서류심사와 전화 인터뷰를 통과한 응모자들 가운데 채용 예정인원 몇 배수의 인원을 직접 불러다가 며칠 동안 벌이는 여러 차례의 대면 인터뷰, 발표회 등 그 심사절차가 자못 복잡하고 번거로운 점이 놀라웠다. 공항에 도착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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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구사의 천재들을 가까이에서 보며
백규서옥을 방문한 아리안 군 백규서옥을 방문한 유리 군 언어구사의 천재들을 가까이에서 보며 몇 년 전 고려인들을 찾기 위해 벨라루스의 민스크에 간 적이 있다. 공항에서 호텔에 이르기까지 드넓은 들판과 자작나무 가로수 길이 인상적이었다. 벨라루스는 1922년 소련에 편입되어 1991년까지 ‘벨라루스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으로 존속하다가, 1991년 독립 선언 이후 러시아·우크라이나와 함께 독립 국가 연합(CIS: Commonwealth of Independent States)의 창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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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을 저미는 자학의 망치질, 허무로 끝난 전율-영화 ‘위플래쉬(whiplash)’를 보고-
앤드류를 다그치는 플렛처 악단원에게 악을 쓰는 플렛처 지휘 중인 플렛처 영혼을 저미는 자학의 망치질, 허무로 끝난 전율 -영화 ‘위플래쉬(whiplash)’를 보고- 조규익 아내의 손에 이끌려 나간 극장 한 구석. 수영을 마친 후의 노곤함을 어둠 속의 단잠으로나 풀어볼까 하고 푹신한 의자에 몸 전체를 맡긴 채 두 다리를 뻗었다. 그 순간, 귀를 찢는 드럼 소리. 그리고 반들거리는 머리통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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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 차립시다!-웬디 셔먼의 말을 듣고
정신 차립시다!-웬디 셔먼의 말을 듣고 1 유럽 여행 중, 독일의 본(Bonn)에 들른 적이 있다. 여행 정보가 필요하여 시내의 관광안내소를 찾았다. 직원이 환하게 웃으며 우리를 맞더니 대뜸 “일본에서 오셨지요?”라고 물었다. 내가 “아니오. 한국인이오!” 하고 대답했더니, 순간 표정과 응대가 사뭇 사무적으로 바뀌는 것을 경험했다. 2 정확한 장소는 잊었지만, 유럽 또 다른 도시에서의 일이다. 민박을 하게 되었는데, 주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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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리(Gary Younger)를 보내며…
떠나기 전날 찾아온 게리와 함께 숭실교정에서 어느 여름날 찾아온 두 사람. 왼쪽부터 게리, 백규, 세바스티안(시조를 전공하는 독일인) 게리(Gary Younger)를 보내며 작년 9월부터 한국학중앙연구원의 ‘차세대 한국학자 프로그램’에 참여하여 6개월을 보낸 게리(Gary Younger)가 미국으로 돌아갔다. 그간 한국말을 열심히 배운다고 했는데, 30여년 모어(母語)인 영어만 쓰다가 처음으로 한국어를 접해서인가. 귀국 인사차 연구실로 찾아온 그의 한국어 실력을 테스트하다가 안타까움을 금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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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애의 <<강마을 편지>>를 받아들고
이선애의 <<강마을 편지>>를 받아들고 해군사관학교에서 전역한 뒤 자리 잡은 경남대학교 국어교육과. 당시 그곳엔 국어 선생님의 꿈을 갖고 몰려 든 지역의 인재들로 그들먹했다. 마산은 이은상, 이원수, 김수돈, 조향 등 별처럼 많은 문인들이 거쳐 간 문향이었다. 해동 최고의 문장가로 꼽힌 최치원의 발자취가 남아있는 월영동 캠퍼스, 그 발아래 펼쳐진 합포만, 그리고 합포만 건너편에 앉아있던 돝섬 등이 캔버스처럼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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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먹는다는 것’의 의미
Fishing in the Lake Boomer YB speaking to her fish friends in aquarium 긴긴 설 명절 내내 서울을 지키다 보니 좀이 쑤셨던 걸까. 점심을 사겠다는 핑계로 밖에서 영빈(永彬)을 만난 것도 그 때문. 이제 막 돌 지낸 녀석의 말하려 애쓰는 모습이 신기하다. ‘할아버지’를 불러보라 애타게 주문해도 어렵사리 내놓는 발음은 한결같이 ‘하메이~’다. ‘할아버지 어디 있나?’라는 물음에 손가락으로 정확히 짚어내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