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글 – 칼럼/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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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를 가슴에 묻고
어머니를 가슴에 묻고 야금야금 육신을 갉아먹는 병마(病魔)에 끝내 어머니는 아픔을 호소할 기력마저 상실하셨습니다. 한동안 의연히 싸워오신 어머니도 언젠가부터 병마의 서슬에 풀이 꺾이신 듯. 잦아드는 어머니를 뵈며 저는 병마의 무자비함에 대한 한탄이나 내뱉을 뿐이었습니다. 마지막 숨을 거두시고 난 뒤에야 편안해지신 어머니의 표정을 발견했습니다. 드디어 병마와의 투쟁이 끝났음을 알게 되었지요. 그렇습니다. 육신의 굴레! 그 굴레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겪어야 하는 고통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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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국문과 졸업생 여러분!
사랑하는 국문과 졸업생 여러분! 대학에 대한 기대와 젊음의 열정으로 반짝거리던 여러분의 새내기 시절이 엊그제인데, 벌써 사회로 나가는 문지방에 서 있음을 보고, 시간이 덧없다는 생각을 거듭 확인하게 됩니다. 오늘 여러분 앞에서 졸업 축하의 말씀을 전하는 기회가 내게 주어진 것도 교수님들 가운데 내가 맨 먼저 ‘시간의 무상함’을 절감하는 계절에 들어섰기 때문일 것입니다. 여러분을 보며 내가 대학을 졸업하던 때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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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은 아직도 지성의 유토피아인가?
원서 표지 번역서 표지 저자들 가운데 한 사람인 클로디아 드라이퍼스 대학은 아직도 지성의 유토피아인가? -앤드류 해커ㆍ클로디아 드라이퍼스의 <<비싼 대학>>을 읽고- 대학은 제한 없는 학문 탐구와 자유로운 지성 발현의 전당이어야 함을 믿는 사람들이 많고, 한동안 그 표본을 수백 년 역사의 유럽 대학들에서 찾은 적이 있었다. 그러나 요즘은 유럽 명문 대학들의 고색창연함보다 ‘시대정신을 창도(唱導)한다’는 점에서 미국의 유수 대학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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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의 반지성적 문화(1)
지금 한국의 대학들에 만연되고 있는 ‘반지성적 문화’가 어디 한 두 가지랴? 어느 학교라고 콕 집어 말하고 싶지 않고, 말할 필요도 없으리라. 모두 거기서 거기. ‘도낀 개낀’ ‘난형난제’, ‘도토리 키 재기’의 대학사회 아니더냐! 한 치 앞서 간들 무어 그리 나을 게 있고, 한 치 뒤쳐졌다고 무어 그리 못할 게 있을까? 한 달 전쯤인가. 서울의 어느 대학에서 공부하고 있는 대학원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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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리를 하늘나라로 보내며
게리를 하늘나라로 보내며 잠자리에서 일어나 스마트 폰을 켠 게 불찰이었을까. 이메일 함에 레슬리(Lesley) 교수의 이름과 함께 떠오른 ‘Very sad news’란 세 단어가 화살처럼 날아와 가슴에 꽂혔다. 게리(Gary Younger)가 죽었다는 소식이었다.[각주:1] 그의 어머니와 함께 휴스턴에서 스틸워터로 돌아가던 중 교통사고로 죽었다는 것. 갑자기 캄캄해진 눈앞에서 추억의 필름 한 통이 스륵스륵 돌기 시작했다. 가도 가도 끝이 없던 오클라호마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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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 대표와 정의화 의장의 경우-‘말의 힘’ 아니면 ‘말의 덫’-
김무성 대표와 정의화 의장의 경우 -‘말의 힘’ 아니면 ‘말의 덫’- 인간의 행동 가운데 정치적이지 않은 게 없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 단 두 사람의 관계에서도 ‘정치적인 계산’이 작용하기 마련이다. 심지어 가장 가까운 가족들 간에도 ‘정치적 긴장’이 존재함을 누가 부인할 수 있는가. 그러니 가정과 직장, 각종 모임 등을 넘나들며 살아가는 오늘날의 사회인들이 정치적일 수밖에 없음은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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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의 자각, 그리고 간절한 신앙고백
<추천의 말> 존재의 자각, 그리고 간절한 신앙고백 조규익 조물주는 인간에게 영혼과 육신을 허락했으나, 영혼에 비해 육신은 덧없고 허망하다. 대부분의 인간은 영적으로 성숙되기 이전에 육신을 잃고 만다. 인간의 삶을 이끄는 주체는 영혼이고, 그 영혼의 완성이나 구제는 신의 영역이다. 육신은 욕망의 근원이므로 육신에 집착하는 자에게 ‘육신은 굴레(bondage)’일 뿐이라는 것이 철학자 스피노자의 말이다. 과연 인간은 육신의 욕망을 탈각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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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을 존경해야 나라가 산다!
선생을 존경해야 나라가 산다! 그는 멀리 가는 내 차에 처음으로 동승했다. 묵직한 체구에서 울려나오는 저음으로 긴 교단 생활의 아픈 마음을 내게 덜어 건넸다. 무엇보다 교육계에 대한 걱정이 많았다. 정년을 3년 앞둔 그였다. 학생들이 도무지 말을 들어먹지 않아 마지막 3년을 어떻게 견뎌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지금의 학생들, 무서운 게 없다고 했다. 언젠가 학생의 도가 지나쳐 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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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영웅 전성시대
가짜 영웅 전성시대 ‘모수자천(毛遂自薦)’이란 고사가 있다. 진(秦)에 포위된 조(趙)나라 왕이 합종을 위해 초(楚)나라 왕에게 평원군을 파견했을 때였다. 평원군은 모사와 책사들로 20명을 데리고 가려 했으나, 마지막 한 명이 모자랐다. 그 때 식객 중 모수란 자가 스스로 나섰고, 결국 그가 일을 성사시켰다는 내용이다. 처음 모수의 정체와 능력을 의심한 평원군과 모수 사이에 오간 대화가 바로 ‘낭중지추(囊中之錐)’다. 대저 어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