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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따라 살아가리
어릴 적 어머니는 내 이름의 ‘익’을 ‘이기(겨)라!’는 뜻으로 지었다 하셨고, 대학에 입학한 뒤 아버지는 ‘근처 한학자의 권유로 <<주역>> 익괘(益卦)에서 따왔다’ 하셨다. ‘바람과 우레가 익(益)이니, 군자가 그로써 착함을 보면 옮겨가고 허물이 있으면 고친다’는 익괘 상전(象傳)의 말씀에 끌리셨다는 것. 박사학위를 받고 은사 이가원 선생을 찾아뵙자 <<시경>> <백규시>의 ‘백규(白圭)’를 호로 주셨다. <백규시> 중 ‘백규지점 상가마야(白圭之玷 尙可磨也/흰 옥의 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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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삼이사들의 당파 싸움
한 달 전 늦은 저녁 모임에서 몇 사람이 말싸움을 벌였다. 정치담론의 허울을 쓴, 식상한 난타전. 정확히 ‘여야’ 두 편으로 갈렸다. 몇 친구의 개입으로 확대되진 않았지만, 정리되고 나서도 뒷맛이 씁쓸했다. 정치인의 페르소나를 뒤집어 쓴 저질 인사들의 멱살잡이가 시중의 장삼이사들을 격동시키는 문제적 현실이 드러난 현장이었다. 최근의 다른 모임. 싸우기 좋은 판 구성이었다. 양측의 투사들이 나섰고, 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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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례에서 ‘나’를 찾다
최근 한 달의 시차를 두고 외부 음식점에서 열린 두 어른의 생신 연에 초대받았다. 한 분은 100세, 다른 분은 96세였다. 노인들뿐인 장수시대 전원 마을에서 ‘육칠십’은 청춘이다. 더위에 정장 차림으로 참석한 건 ‘격에 맞는’ 헌수(獻壽)라도 할까 해서였다. 각자 앞에 차려진 음식 그릇들이 다 비어가도록 그런 순서가 진행될 낌새는 없었다. 장남에게 살짝 물었다. ‘괜히 튀는 것 같아 식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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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맹에서 ‘컴맹’으로
국민학교 저학년 시절, 가끔 하굣길에서 나를 기다리던 20대 중반 아줌마가 있었다. 아줌마는 ‘군사우편’ 네 글자가 찍힌 편지 한 통을 내밀곤 했다. 편지지 그득한 ‘괴발개발’을 읽어달라는 것. 어린 내가 보기에도 틀리는 글자와 뜻 모를 문장들이 많아, 짐작으로 읽을 수밖에 없었다. 중간쯤부터 아줌마는 훌쩍이기 시작하고, 등에 업힌 아기도 칭얼댔다. 어린 각시와 아이를 남겨 둔 채 입대한 남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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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장면으로 근원 찾기
어린 시절, 아버지 따라 면사무소 옆 장터에 갔다가 처음 맛본 짜장면. 그 부드러운 감칠맛의 기억이 강했으나, 다시 맛볼 기회는 쉽게 오지 않았다. 몇 해 뒤 ‘중졸 검정고시’ 합격증을 받고 자축하기 위해 친구들을 시장 골목의 중국집으로 불렀다. 짜장면 맛이 추억으로 남게 된 건 바로 그 때. 서울 살이 37년 동안에도 짜장면은 간혹 먹었으나, 그 첫 기억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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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못할 보릿고개
어릴 적, 오뉴월이면 마을 20호 중 한두 집은 절량(絶糧)의 위기를 맞곤 했다. 보리 수확 전 항아리가 비기 시작한 것. ‘보리야, 보리야, 어서 익어라!’ 이삭 쓰다듬으며 기원하지만, 끼니때마다 작은 바가지로 항아리 바닥 긁는 소리만 높아갔다. 배고파 우는 아이들 보며 지아비는 동네에 곡식 꾸러 다니고, 지어미는 들판으로 나물 찾아 허둥댔다. 아이들 얼굴에 허연 버짐 피고, 깡마른 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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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치를 알라, 국격이 따르리
유럽 여행 중 식당에선 어깨에 멘 카메라나 가방을 늘 앞쪽으로 모은 채 음식을 먹었다. 곁에 빈 의자가 있어도 내려놓지 않았다. 누군가 벗겨가거나 집어가니 조심하라는 충고에 따른 일. 그리이스 파트라스 항으로부터 이탈리아 바리 항에 도착하여 입국심사를 받던 중 만난 경찰관은 소매치기 조심하고 자동차 문 잘 잠글 것을 강조했다. 경찰관이 외국인에게 자국민을 조심하라고 당부하다니! 그 나라 국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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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말은 정치언어가 아니다!
개・고양이・숲새 등 ‘전원의 친구들’과 제법 소통한다고 자신하는데, 착각일까. 인간의 말을 건네지만, 늘 동물의 눈빛과 표정으로 응답하는 그들. 언젠가 ‘이들이 인간의 말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다가 곧 냉정을 되찾았다. 이들마저 인간의 말을 사용하게 된다면, 이미 말들의 홍수에 갇힌 나는 온전한 정신으로 살아갈 수 없으리라 판단한 것. 소통의 행복보다 그로 인한 분노가 더 커진다면, 굳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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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악장의 비교연구>>와 <<해외 한인문학의 한 독법>>이 2023년・2024년 연속 대한민국 학술원 우수학술도서에 선정!
<<한・중・일 악장의 비교연구>>(역락/2022)가 2023년도 대한민국 학술원 우수학술도서에 선정되었고, <<해외 한인문학의 한 독법>>(학고방/2023)이 2024년도 대한민국 학술원 우수학술도서에 선정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어려움에 허덕이는 두 출판사들에게 작지만만 도움이 된 듯하여 마음이 약간 가벼워짐을 느낍니다. 고전문학 연구가 제 본업입니다만. 그간 해외 한인문학에도 상당한 공력을 기울여 왔는데, 그간 별 주목을 받지 않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이번에야 처음으로 인정을 받은 것 같아 약간이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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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한인문학의 한 독법>>, 대한민국 학술원 우수학술도서에 선정!
<<한・중・일 악장의 비교연구>>(역락/2022)가 2023년도 대한민국 학술원 우수학술도서에 선정되었고, <<해외 한인문학의 한 독법>>(학고방/2023)이 2024년도 대한민국 학술원 우수학술도서에 선정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어려움에 허덕이는 두 출판사들에게 큰 힘이 된 듯하여 마음이 약간 가벼워짐을 느낍니다. 고전문학 연구가 제 본업입니다만. 그간 해외 한인문학에도 상당한 공력을 기울여 왔는데, 그간 별 주목을 받지 않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이번에야 처음으로 인정을 받은 것 같아 약간이나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