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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길 찾는 청춘들에게

    ‘교사의 길을 걸었지만, 그 길이 내 최선은 아니었네.’ 말년에 모신 식사자리에서 존경하던 은사님은 고백하셨다. 제자가 흔들리지 않을 만큼 나이를 먹었으니, 괜찮으리라 생각하신 걸까. 망설임 없이 선생님을 롤모델 삼아 이곳까지 걸어온 제자는 뭐란 말인가. ‘바꿈’이 가능한 시점에 최선의 길을 고민했어야 하는데, 흘려보낸 다른 길들의 소중함에 가슴이 저려왔다. ​ 30리 밖의 학교들을 종종걸음으로 걸어 다닌 어린 시절.…

  • 쉽게 쓰기 참 어렵네!

    학창시절부터 최근까지 많은 선생님들을 만났다. 해당분야의 개념적 식견을 중시하는 분, 개인의 아이디어를 중시하는 분, 간결하고 쉬운 문장을 요구하는 분, 앞뒤 호응관계의 문제만 없으면 긴 문장도 괜찮다는 분 등 취향이 다양했다. 그런 점은 당신들의 글에도 고스란히 나타나 있었다. 최근 접한 어떤 은퇴 학자의 글. 쉽지 않은 개념들의 집합이었다. 화들짝 놀라 되짚어본 내 글들에도 그런 오점들은 무수했다!…

  • 나는 진짜 농부인가

    농작물을 키우는 건 ‘전원살이’의 기본. 전원의 이웃들은 농작물을 매개로 대화를 나눈다. 태어난 농촌을 일찍 떠나 도시의 노마드로 살아왔고, 은퇴 후 되돌아온 나다. 최근 텃밭에 배추 100여 포기를 심었으나, 심한 더위에 모종들이 말라 죽어 그 때마다 보식(補植)이나 할 뿐 마땅한 대책이 없었다. 이웃들의 무성한 밭과 군데군데 구멍 뚫린 내 밭을 비교하며 마음만 타들어갔다. 이웃들이 훈수하려 할까봐…

  • 난세 헤칠 깃발은 어디에

    최근 모임에서 난세를 두고 토론을 벌였다. ‘좌우’ 중 한 쪽을 난세의 근원으로 지목하고, 진압의 능력과 배포 없는 다른 쪽의 인물들을 성토한 어느 정치인의 말이 화두였다. 심판자를 자임할 뿐 자신이 어느 쪽인지 밝히지 않은 점은 문제였으나, 정치인들을 혼란의 근원으로 지목한 그의 진단은 맞다. 민주정치의 알파와 오메가인 법을 만들고 고치는 국회의원만큼 힘 있는 존재가 또 있을까. ​…

  • 제6회 백규 조규익 국어국문학 장학금 수여식

    2024년 9월 13일 금요일. ​ 추석 귀성 교통 체증이 겁나서 번개같이 서울에 올라갔다 내려왔습니다. 장학생 두 명[국어국문학과 24학번 장아미/19학번 이광용])에게 장학패를 건네는 마음이 즐겁고 행복했습니다. 그들에게 약간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그나저나 장학패를 전할 때마다 반 년의 세월이 성큼성큼 지나는군요. 자라게 하는 것도 시간의 힘이요, 물러가게 하는 것도 시간의 힘이라. 자연의 원리가 ‘전진과 퇴출’의 반복에…

  • 몸집만 크면 大國?

    여러 해 전, 중국에서 봉변한 국회의원 문제로 ‘민족의 자존심’이란 제명의 칼럼을 썼다. 며칠 뒤 기자 출신 중국 유학생이 찾아와 거세게 항의했음을 학교의 한 부서장이 귀띔하며, ‘어이없는 일이었으나 잘 타일러 보냈다’고 했다. 왜 그 중국인은 내게 오지 않고 학교 당국을 찾아갔을까. ‘대국의 심기를 거스른 교수에게 소국의 대학은 인사 상 불이익을 줘야 한다’는 압력이라도 넣으려는 의도였을까. ‘간이…

  • 이름 따라 살아가리

    어릴 적 어머니는 내 이름의 ‘익’을 ‘이기(겨)라!’는 뜻으로 지었다 하셨고, 대학에 입학한 뒤 아버지는 ‘근처 한학자의 권유로 <<주역>> 익괘(益卦)에서 따왔다’ 하셨다. ‘바람과 우레가 익(益)이니, 군자가 그로써 착함을 보면 옮겨가고 허물이 있으면 고친다’는 익괘 상전(象傳)의 말씀에 끌리셨다는 것. 박사학위를 받고 은사 이가원 선생을 찾아뵙자 <<시경>> <백규시>의 ‘백규(白圭)’를 호로 주셨다. <백규시> 중 ‘백규지점 상가마야(白圭之玷 尙可磨也/흰 옥의 흠은…

  • 장삼이사들의 당파 싸움

    한 달 전 늦은 저녁 모임에서 몇 사람이 말싸움을 벌였다. 정치담론의 허울을 쓴, 식상한 난타전. 정확히 ‘여야’ 두 편으로 갈렸다. 몇 친구의 개입으로 확대되진 않았지만, 정리되고 나서도 뒷맛이 씁쓸했다. 정치인의 페르소나를 뒤집어 쓴 저질 인사들의 멱살잡이가 시중의 장삼이사들을 격동시키는 문제적 현실이 드러난 현장이었다. ​ 최근의 다른 모임. 싸우기 좋은 판 구성이었다. 양측의 투사들이 나섰고, 일의…

  • 의례에서 ‘나’를 찾다

    최근 한 달의 시차를 두고 외부 음식점에서 열린 두 어른의 생신 연에 초대받았다. 한 분은 100세, 다른 분은 96세였다. 노인들뿐인 장수시대 전원 마을에서 ‘육칠십’은 청춘이다. 더위에 정장 차림으로 참석한 건 ‘격에 맞는’ 헌수(獻壽)라도 할까 해서였다. 각자 앞에 차려진 음식 그릇들이 다 비어가도록 그런 순서가 진행될 낌새는 없었다. 장남에게 살짝 물었다. ‘괜히 튀는 것 같아 식사만…

  • 문맹에서 ‘컴맹’으로

    국민학교 저학년 시절, 가끔 하굣길에서 나를 기다리던 20대 중반 아줌마가 있었다. 아줌마는 ‘군사우편’ 네 글자가 찍힌 편지 한 통을 내밀곤 했다. 편지지 그득한 ‘괴발개발’을 읽어달라는 것. 어린 내가 보기에도 틀리는 글자와 뜻 모를 문장들이 많아, 짐작으로 읽을 수밖에 없었다. 중간쯤부터 아줌마는 훌쩍이기 시작하고, 등에 업힌 아기도 칭얼댔다. 어린 각시와 아이를 남겨 둔 채 입대한 남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