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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은 힘이 세다!
볕 좋은 가을날 하교 후 ‘낚시광’ 담임 선생님과 바닷가에 나가 망둥이 잡던 일, 한밤중 동네 형들과 참외밭에서 서리하던 일, 아버지 따라 간 장터에서 짜장면 먹던 일, 이웃 누나와 옆 동네 청년 사이의 연애편지들을 배달하며 몰래 훔쳐보던 일, 아침저녁 누렁소를 바닷가 백사장풀밭에 매어 놓았다가 끌어오던 일 등. 고향 친구들의 모임에선 추억담이 끊이지 않는다. 엊그제 일도 까맣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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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고희는 ‘아흔’
8세기에 58년을 살다 간 당나라 시인 두보(杜甫・712~770). 좌습유라는 미관(微官)으로 황제에게 직간을 거듭하던 중 스트레스가 심해졌기 때문일까. 퇴근 후 곡강(曲江)의 술집에서 옷을 저당 잡히며 술을 마시곤 했다. 명구(名句) ‘인생칠십고래희(人生七十古來稀)’를 통해 ‘고희(古稀)’란 명 단어를 남겨준 게 그의 시 ‘곡강’(2수)이다. 8세기에 70이던 ‘고희’가 21세기엔 몇 살로 바뀌었을까. 내 어릴 적 마을의 성대한 행사는 어른들의 회갑잔치였다. 소리 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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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림’의 경제 가치
얼마 전, 바쁜 일로 차를 몰던 면소재지 중앙로. 앞쪽의 차가 무슨 연유인지 움직이지 않았다. 답답한 마음에 추월하던 중 삐져나오는 앞차와 접촉하고 말았다. 보험사가 출동하기까지 긴 시간이 걸렸고, 차체 수리에도 며칠이 걸렸으며, 돈도 꽤 들어갔다. 조급함의 결과였다. 국민학교 저학년 시절 어느 날. 학교 파한 뒤 고픈 배를 부여안고 고갯길 넘어 터덜터덜 걸어오는데, 갑자기 천둥소리를 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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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개와 시골 개
반려견 ‘초코’와 함께 돌아온 전원. 서울에서는 그와 함께 매일 아파트 주변을 산책했고, 전원에서는 냇가의 샛길을 즐겁게 걸었다. 그는 길가의 풀숲에 머리를 쳐 박고 스쳐간 동물들의 자취를 탐색하며 대소변도 자유롭게 해결하곤 했다. 초코 떠난 뒤 마을 강아지 한 마리를 입양하여 ‘후추’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밥・집・산책로 등을 떠나간 초코로부터 물려받은 그는 우리와 삶의 여건들을 공유하는 중이다. 후추와 산책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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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찾는 청춘들에게
‘교사의 길을 걸었지만, 그 길이 내 최선은 아니었네.’ 말년에 모신 식사자리에서 존경하던 은사님은 고백하셨다. 제자가 흔들리지 않을 만큼 나이를 먹었으니, 괜찮으리라 생각하신 걸까. 망설임 없이 선생님을 롤모델 삼아 이곳까지 걸어온 제자는 뭐란 말인가. ‘바꿈’이 가능한 시점에 최선의 길을 고민했어야 하는데, 흘려보낸 다른 길들의 소중함에 가슴이 저려왔다. 30리 밖의 학교들을 종종걸음으로 걸어 다닌 어린 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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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쓰기 참 어렵네!
학창시절부터 최근까지 많은 선생님들을 만났다. 해당분야의 개념적 식견을 중시하는 분, 개인의 아이디어를 중시하는 분, 간결하고 쉬운 문장을 요구하는 분, 앞뒤 호응관계의 문제만 없으면 긴 문장도 괜찮다는 분 등 취향이 다양했다. 그런 점은 당신들의 글에도 고스란히 나타나 있었다. 최근 접한 어떤 은퇴 학자의 글. 쉽지 않은 개념들의 집합이었다. 화들짝 놀라 되짚어본 내 글들에도 그런 오점들은 무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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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진짜 농부인가
농작물을 키우는 건 ‘전원살이’의 기본. 전원의 이웃들은 농작물을 매개로 대화를 나눈다. 태어난 농촌을 일찍 떠나 도시의 노마드로 살아왔고, 은퇴 후 되돌아온 나다. 최근 텃밭에 배추 100여 포기를 심었으나, 심한 더위에 모종들이 말라 죽어 그 때마다 보식(補植)이나 할 뿐 마땅한 대책이 없었다. 이웃들의 무성한 밭과 군데군데 구멍 뚫린 내 밭을 비교하며 마음만 타들어갔다. 이웃들이 훈수하려 할까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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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세 헤칠 깃발은 어디에
최근 모임에서 난세를 두고 토론을 벌였다. ‘좌우’ 중 한 쪽을 난세의 근원으로 지목하고, 진압의 능력과 배포 없는 다른 쪽의 인물들을 성토한 어느 정치인의 말이 화두였다. 심판자를 자임할 뿐 자신이 어느 쪽인지 밝히지 않은 점은 문제였으나, 정치인들을 혼란의 근원으로 지목한 그의 진단은 맞다. 민주정치의 알파와 오메가인 법을 만들고 고치는 국회의원만큼 힘 있는 존재가 또 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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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회 백규 조규익 국어국문학 장학금 수여식
2024년 9월 13일 금요일. 추석 귀성 교통 체증이 겁나서 번개같이 서울에 올라갔다 내려왔습니다. 장학생 두 명[국어국문학과 24학번 장아미/19학번 이광용])에게 장학패를 건네는 마음이 즐겁고 행복했습니다. 그들에게 약간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나저나 장학패를 전할 때마다 반 년의 세월이 성큼성큼 지나는군요. 자라게 하는 것도 시간의 힘이요, 물러가게 하는 것도 시간의 힘이라. 자연의 원리가 ‘전진과 퇴출’의 반복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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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집만 크면 大國?
여러 해 전, 중국에서 봉변한 국회의원 문제로 ‘민족의 자존심’이란 제명의 칼럼을 썼다. 며칠 뒤 기자 출신 중국 유학생이 찾아와 거세게 항의했음을 학교의 한 부서장이 귀띔하며, ‘어이없는 일이었으나 잘 타일러 보냈다’고 했다. 왜 그 중국인은 내게 오지 않고 학교 당국을 찾아갔을까. ‘대국의 심기를 거스른 교수에게 소국의 대학은 인사 상 불이익을 줘야 한다’는 압력이라도 넣으려는 의도였을까. ‘간이…
